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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20 01:17:34
Name eLeejah
Subject [일반] [펌] 인간의 야만성과 숭고성
강남순 교수의 페이스북 노트의 내용을 퍼옵니다. '인간의 야만성과 숭고성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앞에서'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http://goo.gl/R1omte 글에서 소개하는 몇가지 사진들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욕지기가 올라오는 수준은 아닙니다만, 즐거움을 주는 사진도 아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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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래 전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유학생활하기 시작하면서 가졌던 커다란  충격적인 경험이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보았던 TV의 한 흑백 다큐멘타리 필름--그 필름은 어떻게 나치가 유대인들을 가스실에서 죽이고, 그들의 시체들을 처리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유태인들의 시체로부터 이용될 수 있는 것들이 모두 이용된 다음에 쓰레기더미처럼 쌓이고, 그 시체들이 어떻게 처리되는가를 보여주는 필름이었다. 나는 물론 역사책에서 그러한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대하여 알고는 있었지만, 그 역사적 사건을 그렇게 생생한 사건으로 "조우"하게 된 것은 생전 처음 본 그 다큐멘타리 필름을 통해서였다. 그 필름을 처음 본 날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놀랍게도 독일에서는 지금도 자신들의 그 끔찍한 야만적 폭력의 역사를 철처히 드러내며 끊임없이 매체를 통해서, 그리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사람들을 상기시키고 교육시키고 있다. )

위대한 예술가와 철학자/신학자들을 무수하게 배출시킨 독일--그 독일에서 이렇게 극도의 야만성과 폭력성이 행하여 질 수 있었다는 것이 독일적 사상과 문화를 배우고자 갔던 나에게 심각한 회의와 마주하게 한 사건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다른 민족도 아닌 독일인들에 의하여 자행될 수 있었을까...!
나는 학부에서는 니체에 대하여, 대학원에서는 도로테 죌레에 대하여 논문을 쓰면서 독일 사상가들이 내게 참으로 중요한 지성적 샘물의 역할을 했기에, 나의 실망은 더욱더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다가왔다. 그 당시 나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통하여 생생하게 마주하게 된 끔직한 "악"의 얼굴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찾기 힘들었으며, 그 언어 너머의 사건은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를 받아든 것 같은 암담함을 내 가슴에 던져주었다.

그 후에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에 대한 분석, 그리고 그녀의 아이히만에 대한 분석을 통한 "악의 평범성 (banality of evil)"의 문제제기는 내게 "신학하기"의 의미에 대하여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어떠한 신학/철학이든 추상적 담론이 아닌, 이 인간의 구체적인 일상적 삶에서의 사회정치적 구조와 철저히 연계된 비판적 성찰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기 시작한 것도, 사실상 유태인 학살을 담은 그 흑백의 다큐멘타리 필름과의 조우를 통해서였다. 그 후 나치가 유태인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들, 공산주의자들, 육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 여호와의 증인들등 그 당시 독일사회의 규범적 틀에 벗어난 이들을 무참하게 학살하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홀로코스트 (Holocaust)" 또는 "쇼아 (shoah)라고 불리워지는 (나는 이러한 "종교적 명명"에 여러가지 이유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 사건은 여러 학자들에게 인간이 지닌 지독한 패러독스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하는데에 늘 중요한 역사적 예가 되었다.

이번 여름 베를린의 작센하우젠 (Sachsenhausen)캠프와  린츠 (Linz)의 마우트하우젠 (Mauthausen) 유태인 캠프, 그리고 드레스덴 ( Dresden)의 한나 아렌트 연구소(Hanna Arendt Institut für Totalitarismusforshung) 와 그 옆에 있는 유태인 기념박물관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이러한 역사적 자리를 방문하면서, 나는 다시 이 인간의 야만성과 폭력성의 얼굴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역사적 자료들을 통해서 내가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위치가 권력구조에 따라서 뒤바뀌는 "보복의 정치학" 이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권력의 절대화에 대한 집착"에 따른 야만성과 폭력성을 "누구나" 행사할 가능성을 인간은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우트하우젠 유태인 캠프에서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관한 무수한 사진들 속에서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사진이 있었는데, 그것은 연합군의 승리후 캠프에서 해방을 맞이한 "희생자"들이었던 유태인들이 어떻게 "가해자"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한 사진에는 그 캠프에서 일하던 독일군 장교의 시체가 캠프의 철조망에 끔찍한 모습으로 걸려있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아래의 사진 1). 그 독일군의 시체는 그가 어떠한 죽임을 당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그 철조망에 걸어 놓은 시체의 참혹한 모습은 "보복의 정치학"이 어떻게 한 인간속에  "피해자이며 동시에 가해자" 라는 패라독스를 뿜어내게 하며 꿈틀거리고  있는가를 상기하게 하였다.

지성적 "로빈 후드"라고도 불려지는 베르나르 앙리 레비 (Bernard Henri Levy)는 그의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이라는 책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권력"의 야만성에 대하여 날카로운 분석을 한다. 그의 분석은 어떻게 "권력"을 가진 이들이--그것이 좌파의 이름이든 우파이든--그 권력유지와 확장, 그리고 절대화를 위하여 폭력적 "야만성"을 드러내는가를 보여준다. 나는 이러한 이유에서,  개별인이든 어떤 특정한 종교, 문화, 인종, 또는 민족에 근거한 집단이든, 그 "인간"에 대하여 절대적으로 선하고 아름답다거나, 반대로 절대적으로 악하고 추하다는 식의 매우 단순한 이분법적 구조로 보는 시각에 대하여 언제나 회의적이다. 어느 인간도 100% 선하거나 또는 100% 악한 존재는 없다.

지금도 일부 페미니스트 이론가들 중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욱 평화를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고, 덜 이기적이며, 비폭력적이어서, 이 세계를 보다 평화로운 세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주류가 되는 "여성의 세계"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을 그들 운동의 모토로 삼고 있는 이들이 있다. 또는 "서양"은  폭력적이고 공격적이어서 "죽음을 사랑하는 (necrophiliac) 문화"인 반면, "동양"세계는 평화적이고 "생명을 사랑하는(biophiliac) 문화"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서구에도 또는 비서구 세계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흑백의 이분법적 시각은 종교에도 적용이 되어, 예를 들어서 아시아의 불교와 같은  종교는 평화적이고 생명을 사랑하는 종교이지만, 이슬람, 유대교, 또는 기독교와 같은 종교는 공격적이고 지배적이며 폭력적 종교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피상적이 아니라 보다 깊숙히 그 특정한 종교나 민족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인간" 또는 그 "인간"이 개입된 문화, 종교, 민족, 집단은 인류의 역사속에서 그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선"이나 반대로 "절대적 악"의 체현으로서 존재한 적이 없다.

이러한 단순한 이분법적 시각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한 인간, 한 민족, 한 문화, 한 종교등은 "절대적 악마성"이나 반대로 "절대적 선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말처럼 "그 어느 민족도 덕이나 선을 독점하지 않는다"고 보며, 더 나아가서 그 어느 문화, 민족, 종교도 전적인 악이나 추함으로만, 또는 전적 선이나 숭고함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없다고 본다. 인간은 그리고 그 인간들이 구성하는 문화, 종교, 민족은 끊임없이 형성중에 있으며, 수 천의 층과 복합적이고 상충적이기 까지한 성품들과 욕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야만성과 숭고함, 악과 선, 추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간의 패라독스적 특성을 잘 간파하는 것은 인간의 문화-사회-정치-종교의 세계를 분석하고 이해하는데에 매우 중요하다.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극도의 야만성과 폭력성의 얼굴을 다시 마주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한 민족 (이스라엘), 또는 한 종교 (유대교)에 대한 무차별 정죄 (blanket judgement)로 결론짓는 것은, 사실상 인간이 지닌 매우 복합적이고 역설적인 모습을 간과한  위험한 것이다. 이러한 "선"과 "악"의 단순한 이분법적 도식을 적용하면, 인류의 역사에서 "순수선"이나 "순수악"을 지닌 종교나 민족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어떠한 민족 또는 종교든 그 자체안에 "죄의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왜 인간은--개인이든 집단이든--자신들의 권력을 절대화시키려는 욕구와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끊임없는 비판적 성찰을 해야 하는가를 상기시킨다. 기독교적 용어로 하면 끊임없는 "회개"이며, 철학적 용어로는 끊임없는 "비판적 성찰"이다.

유태인으로서 나치의 희생자의 한 사람인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에서 열렸던 루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일민족" 또는 "나치"를 악마화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악마성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을 "우리속의 아이히만 (Eichmann in us)"이라는 용어로 드러내었다. 그래서 그녀의 유명한 아이히만 리포트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은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다. 이 책은 출판된 당시 유태인들로부터, 그리고 진보적 지성인들 양쪽 모두로부터 극도의 비판을 받았다. 왜냐하면 아렌트는 독일이나 나치나 아이히만을 "악마화"하지 않았을 뿐 더러, 우리 모두는 사실상 그러한 "아이히만적 악마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러한 "악"은 다름아닌 "비판적 사유의 부재 (absence of critical thinking)"라는 "아픈 진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러한 날카로운 분석은 그 책이 출판된 한참 후에 그 "아픈 진실"이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금도 여전히 한국에서, 시리아에서, 팔레스타인에서 그리고 무수한 곳에서,  소중한 생명들이 제도에 의하여 그리고 정치적 권력에 의하여 폭력적 죽임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적 죽임과 죽음의 이면에는 인간의 "권력에의 집착과 절대화"라는 야만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야만성과 폭력성은 한 민족 또는 종교 전체에 대한 이분법적이고 맹목적인 심판적 명명에 의하여가 아니라,  그 역사적 사건의 구체적 정황과 예민하게 연계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개인적.집단적인 비판적 성찰 그리고 사회-정치적 개입과 행동을 통해서만이 견제될 수 있으며 약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우리 자신에게 상기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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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요 근래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뭐, 어떤 분들이 생각하시기에는 좀 우스울수도 있겠지만 세월호에서 팔레스타인 학살을 지나는 이 시간들이 저에게는 그리 쉽지 않네요. 사실 아렌트의 논지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조금 경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적어도 인간에 대한 그 냉철한(냉철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건데 말입니다...) 시각 만큼은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지 않게, 그리고 힘을 뺀 담담한 문체로 쓰여진 글이라서 쉽게 읽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잘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읽고서 소개하고 싶었는데 다시 불현듯 생각나서 긁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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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씁니다SE
14/07/20 02:18
수정 아이콘
가끔 이런저런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깊은 혐오감에 빠질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사람다운이라는 말이 정말 낯설게 그리고 정말 역겹게 들리곤 합니다. 쩝;;;;;;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노름꾼
14/07/20 06:25
수정 아이콘
사람답다를 좋게만 생각했는데 댓글을 보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특히 올해 그런 사건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게임이최고야
14/07/20 02:21
수정 아이콘
팔레스타인은 학살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요? 그냥 양쪽다 수많은 미사일을 쏘았는데 한쪽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엄청난 돈을 써서라도 막아내고 있고 한쪽은 그럴 돈이 없어서 죽어나가는거 아닌가요? 그렇다고 돈 많은쪽에 대고 "상대방은 당신들보다 약하니 전쟁을 하지 마십시오" 라고 하기에는 먼저 공격을 하는게 대부분 상대방쪽 아닌가요. 또한 "공격을 하더라도 군인에게만 해야지 왜 민간인을 학살하냐" 라고 하기에는 상대방의 군인이란 것들이 너무 대놓고 민간인들 사이에 숨어있는거 아닌가요? 저는 솔찍히 인터넷에서 팔레스타인을 일방적 피해자라 보는것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팔레스타인이 덜 불쌍하게 보이기위해 이스라엘사람들 보고 더 죽어달라고 할수도 없구요.
귤이씁니다SE
14/07/20 02:29
수정 아이콘
애초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들어가 있는 것 부터가 문제입니다만 접어 두더라도

가자지구 봉쇄한답시고 방벽 만들고 구호물자 죄다 차단하고 민가에 백린탄 부어대던 이스라엘이 쓰레기인건 부인할수 없죠. 도찐개찐 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에서 지지를 받는건 다 이유가 있지요.
Judas Pain
14/07/20 03:57
수정 아이콘
두 국가(팔레스타인은 1949 후 강점영토 안의 난민집합이었다가 인티파다로 1988에 독립선언 1994에 제한적 반자치구를 획득하고 2013에 국제법상 국가지위 획득, 실질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영역을 봉쇄한 인종분리구역 형태)간에 큰 무력차가 난 것은 최초 내전기(1947-48)에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원인은 영국위임통치령 시절의 팔레스타인 독립운동 탄압에서 기인합니다. 팔레스타인이 잃은 것은 첫째는 땅의 통치권한이며 둘째는 그에 따른 주권-자기결정권-입니다.

먼저 공격을 한다는 것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방적 명령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서 땅을 빼앗은 벨푸어 선언과 UN 분할안에서의 시오니스트와 세계유대인의 로비일까요.
인티파다일까요.
http://ko.wikipedia.org/wiki/%EC%9D%B8%ED%8B%B0%ED%8C%8C%EB%8B%A4
http://mirror.enha.kr/wiki/%ED%8C%94%EB%A0%88%EC%8A%A4%ED%83%80%EC%9D%B8#s-5.5.1

땅의 분쟁은 2차대전기에 유대인이 받은 박해가 팔레스타인 주민 탓이 아님에도 선약마저 어기면서 그들의 땅으로 보상함으로써 시작된 일이었고,
내전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저항하고 반항하였습니다만, 저항했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아니라고 할 순 없습니다.
빼앗긴 자가 되찾기 위해선 빼앗은 자를 먼저 공격해야 하고 더 빼앗기거나 남은 것도 불확실해질 때는 더 격렬해지기 마련입니다.
분쟁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았다는 그 자체로도 일방적 피해자는 존재할 수 없겠지만, 하마스의 방식엔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팔레스타인이 저항하는 이유엔 납득할만한 부분이 있고 이스라엘이 부채를 느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잔여세력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힘의 추구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부수적 피해의 이유를 꾸밀 수 있습니다.
물론,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팔레스타인 측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럴 때는 양 당사자의 말만을 듣기 보단 독립적인 제3자의 조사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군은 2008년 가자침공시부터 주장한 인간방패 문제로 높은 민간인 사망자 비율(약 80%)을 해명하고 하마스의 인간방패전략을 주장하는 현란한 편집 동영상도 유튜브에 풀었지만, 엠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가 이-팔 인간방패를 조사한 보고서(2009)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인간방패로 쓴 증거는 있어도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사람을 인간방패로 쓴 증거는 없다고 보고했습니다.

보고서: http://www.amnesty.org/en/library/asset/MDE15/015/2009/en/8f299083-9a74-4853-860f-0563725e633a/mde150152009en.pdf


또한 이곳에서 7월의 이-팔 분쟁이 유대인 청년 3명의 실종과 시신발견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것이 하마스의 소행이란 것은 심증일 뿐, 아직 증명되진 못한 혐의로 이스라엘의 전쟁의지가 굳혀졌고, 심증만으로 보복하기 위해 이스라엘 청년들이 팔레스타인 소년을 납치해 산채로 화형시키고 CCTV로 납치가 증명된 후 체포된 사건으로 하마스의 로켓 공격 보복이 시작되었고, 이 공격을 이유로 이스라엘 총리가 항복을 선언하지 않으면 지상군을 투입해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의 땅으로 합병한다고 선포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주민이 물러서면 그 땅조차 포기하고 또 다시 난민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현실의 싸움에서 모두 다 나쁘니 관여하지 말자는 양비론은 대개 강자의 폭력 남용을 용인하기 쉽다고 생각해 왔고, 이 생각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있습니다. 국가간의 논리는 사실상 힘의 논리지요. 전쟁은 종종 가치판단을 흐릿하게 만들지요. 그래도 전쟁에는 지켜져야 할 선이 있다고 믿습니다. 모두 다 나쁜 점이 있다면 지켜보는 우리들은 책임의 무게를 좀 더 정교하게 달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노름꾼
14/07/20 06:27
수정 아이콘
일제 강점기 당시에도 대부분 독립운동가들이 먼저 공격했죠. 물론 민간인 대상은 아닙니다만. 댓글 중에도 있지만 지배하고 있는 자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복종하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으니까요.
14/07/20 09:12
수정 아이콘
학살이죠. 상대가 먼저그랬다 라는건 학살의 이유구요.

자기들 민간인 3명 죽었다고 마을 전체에 포격해서 민간인 몇백명씩 죽이는게 학살이 아니면 뭐가 학살인지;
우주뭐함
14/07/20 09:36
수정 아이콘
학살은 학살이죠. 단, 저도 팔레스타인쪽을 일방적 피해자라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王天君
14/07/20 02:43
수정 아이콘
재미없으면 빨리 스크롤 내려야지 하고 봤는데 정독으로 쫙 읽게 되네요.
제 자신과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서 경계하게 하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무언가를 하지 않음으로 무언가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속으로 단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부분을 이 글을 읽고 더욱 더 자성하게 만드는군요.
몽키.D.루피
14/07/20 03:1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압도수
14/07/20 03:57
수정 아이콘
제가 함부로 요약하면
까더라도 알고 까자 정도로 읽었습니다.

사실 팍팍한 인생에서 몇안되는 즐길거리중 하나가 까고싶은 대상 정해서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실컷 욕하는 것이거든요.
실체적 진실이나 배경 및 인류로써 공감해야할 책임같은거 강조하면 듣기싫고 입맛에 안맞으니 비난받기 딱 좋습니다.
14/07/20 05:45
수정 아이콘
나치 정도면 절대악 근처까지는 갔던 거 같네요.
당근매니아
14/07/20 09:06
수정 아이콘
요즘은 나치도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혹은 현재 힘이 있는 인간집단을 상대로 막장짓을 수행한 탓에 특별 취급을 받는 케이스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장 일제나 킬링필드부터가 나치에 못 미치는 애들이었는가 하면 아닌데 이 정도로 금기시되는 건 나치뿐이니까요.
소독용 에탄올
14/07/20 13:28
수정 아이콘
내부의 이질성을 배제하고자한 시도 자체는 전혀 특이한 것이 아니며,
차이가 있다면 이전에는 '기술적'차원의 문제로 할수없었던 일들을
근대관료제와 기술발달로 인해 할수있게 된 것으로 봐야죠.
당장 '보도연맹'도 나치에 절대 뒤지지 않는 일일것인데.....
지나가는회원1
14/07/20 08:05
수정 아이콘
요새 한나 아렌트 책 읽고 있습니다. 참 재수 없으면서도 동의가 되는게 악의 평범성이라는게 인간의 본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그 시대에 살았다고 해도 똑같았을거라는걸 보여주는 사례가 한국엔 참 많기도 하죠.
영원한초보
14/07/20 12:02
수정 아이콘
단어 어감차이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악도 인간의 본성은 맞는데 이걸 본질이라고 그러면 마땅히 그러한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되거든요.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지만 막을 수 있는건 막아야죠.
지나가는회원1
14/07/20 13:24
수정 아이콘
이래서 한나아렌트가 재수 없게 보이는 거겠지요. 악은 절대 본질이 아니라고 분명히 역설하지만 그것보단 나치 참살을 옹호해버리는 것처럼 되니까요. 누구도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고 해서 그게 옳은 것은 아니겠지요. 막을건 막아야겠습니다. 최소한 제 2의 세월호는 없어야겠지요
우주뭐함
14/07/20 09:34
수정 아이콘
'그 어느 문화, 민족, 종교도 전적인 악이나 추함으로만, 또는 전적 선이나 숭고함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없다고 본다'
동의합니다.
14/07/20 12:16
수정 아이콘
명문이네요
달콤한삼류인생
14/07/20 17:19
수정 아이콘
"그 어느 민족도 덕이나 선을 독점하지 않는다." 멋진 문장입니다.

한 민족이 특정한 시간대에서 사회분위기가 바뀌어 버리면서 개인이나 지식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까?

답은 사회전체의 의식수준을 올리는 교육과 사회분위기 개선 밖에 답이 없지만...(현대사회에서는 소설이나 영상매체등을 통해서 간접경험을 하고 이런 상황들이 공동사회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석유가 고갈되고 그 이후의 에너지소비원이 자연스럽게 개발되지 않고 특정민족의 이기심으로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특정지역이 낙후된다면 교육수준도 떨어지고 그 시기에 꼴통지도자가 나오면 똑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

라임을 달팽이관에 때려 박을 수는 있지만 저런 상황을 조절하는 성향을 인간의 DNA차원에서 때려 넣을 수는 없다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합니다.

인류의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예수나 부처도 저 무지몽매한 인간들을 어떻게 교화시킬까? 이런 생각에 골머리를 앓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좋은 글 소개 감사합니다.
14/07/21 08:1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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